작가노트 STATEMENT

작가노트 / 한국화 강은정



나의 작품에는 모두 말이 표현되어 있는데, 말을 소재로 자신의 내면을 이입하여 말을 이상향을 꿈꾸는 상징적인 존재로 표현하였다. 말은 성격이 예민하여 겁이 많고 잘 놀라는 동물이며, 혼자서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 동시에 엄격한 서열과 책임이 따르는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기도 하다. 자유롭지만 구속되어 있고, 무리 속에서 생활하지만 결국엔 철저히 혼자인 말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 즉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말은 한편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솔직한 감정을 대신하여 표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작품 주제인 이상향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나’의 욕망과 욕구를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말의 형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내가 상상해 낸 이상세계는 허구적 공간으로 그런 행위 자체만으로도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현실의 불안에서 도피하려고 하지만, 현실과 분리된 삶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만이라도 각박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안식처가 될 수 있는 희망적인 꿈을 꾸는 공간을 작품 안에 만들고 싶었다.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이상향은 꿈과 이상을 실현함과 동시에 편안한 휴식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이며 삶의 도피처이자 개인적 사유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말은 나의 내면을 대변하는 매개체로써 아름다움을 꿈꾸는 자아를 투영한 산물이다. 여러 마리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한 마리의 말로 나타나기도 한다. ‘꿈을 꾸다’라는 주제로 유토피아, 미의 욕망, 환상, 환영 네 가지 방향으로 작품 활동을 진행에 왔었다. 최근에는 이색이라는 부제로 작품을 그리고 있다.


<이색二色/이색異色>


어떤 사건이나 사물 혹은 그것과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고자 할 때 특정 구체적 사물에 비유하여 ‘상징적으로’ 설명하곤 한다. 특히 예술에서는 각 영역의 전통적인 상징이 이어져 올 뿐만 아니라, 현재도 예술가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징이 창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술작품은 상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상징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감상자가 예술작품의 의미를 연상하고 형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 채색화인 나의 그림과 민화의 상징이라는 공통 분모를 발견하였고, 민화의 장르(ex기명절지, 책가도)를 차용하여 현대적으로 풀어보려 하였다. ‘이색’이라는 부제로 한자로는 ‘二色’ ‘두 가지(장르) 색깔을 가진’ 이라는 뜻과 두 번째 ‘異色’ ‘보통의 것과 다른’ 이라는 뜻을 가진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라여 민화의 장르를 차용해서 제목도 그대로 장르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표현되는 말은 다른 정물들에 비해 장난감처럼 크기도 작고 흰색에 눈코입이 없으며 귀엽게 요정 같은 모습으로 여유롭게 놀고 있거나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내가 만들어 낸 일상적이지만 상상의 공간에서 나를 대신해서 존재할 수 있는 생명체이며 나의 염원과 욕망을 대신 해결 해주는 나와 동일시된 존재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이상향 공간(자연)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방)으로 변하였다. 작품에 숨어있는 말을 찾는 재미와 신(新)과 구(舊)의 조화, 내가 만드는 이상향의 공간에서 같이 꿈을 꾸기를 소망한다.


 두 번째 뜻인 異色 ‘보통의 것과 다른’ 나만의 색을 찾는 작업을 진행해 보고자 한다. 나의 그림에서는 색은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직접적 요인이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 안에서 나타나는 색채는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분석이 아닌 시각적 경험에 의한 채색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인간 심리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소임을 말해준다. 색은 사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 속에서 만들어진다. 경험이나 주위와의 관계 속에 조금씩 변화되기도 하기 때문에 색은 주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주관적 심상 표현의 주된 요소로 쓰여 진다.


예스러운 느낌을 가진 소재를 화려한 색감과 무늬 등을 통해 현대적으로 꾸미고, 반대로 현대적인 물건이나 바탕을 고화 느낌이 나는 색감을 사용하여 옛날부터 사용하던 물건과 현재 물건의 어우러지게 표현하려고 했다. 보통의 것과 다른 나만의 색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전에 꿈을 꾸던 이상향의 공간을 자연에서 찾았다면 지금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을 통해 나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상향을 ‘방’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나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고, 예쁜것을 좋아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이러한 성향이 내 작품에도 영향을 주어 내가 만든 상상의 공간을 그리면서 마음을 치유한다. 그림을 그리는 나도 내 작품을 보는 사람 모두가 힐링이 되는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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